[만들기] 클러치백 만들기 1
[만들기] 클러치백 만들기 1
띠리리리리
'지금 도착하는 열차는 수서, 수서행 열차입니다.'
이른 출근길 내 귀에 뚜렷하게 들리는 열차의 도착시간.
(팩트: 사실 잘 들리지 않는다. 늘 가던 시간보다 늦어서 들리는 환청이다.)
이번 것을 놓치면 지각이다.
서둘러서 플랫폼으로 내려갔지만, 내 가방 속 깊숙히 숨어있는 교통카드는 지각에 아랑곳하지않고 잠들어있었다.
혼나는 건 나이지 교통카드가 아닐테니....
자유롭게 교통카드를 찍으며 개찰구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며 큰 다짐을 세웠다.
나도 손가방을 들고 다녀야지.
언젠가는 건방진 교통카드의 자유로움을 뺏어주리라.
그래서 손쉽게 들고 다니는 클러치백을 기획했어요.

때마침 생일이라 생일선물을 요청할 곳이 있어서 레더노리에서 주문했어요.
www.leathernori.com
여기에요.
왠만한 가죽공예용품은 신설동에 가면 다 있지만
거기 가는 시간 및 비용으로 집에서 편하게 온라인으로 주문해요.
다른 가죽공예사이트는 몰라서 저기서 사요.
내돈내산이에요.
1. 대충 타겟팅할 제품을 봐요.


네이버에 클러치라고 치니 나온 제품이에요.
크기랑 모양이랑 나와요.
어짜피 내가 만들어봤자 똑같이 안 나오니 대충 참고만 해요.
근데 해보니 그냥 사는게 싸고 편해요.
수제로 만드는 것은 자기 만족이에요.
초기 비용도 더 많이 들어요.
산업혁명 이후로 개인이 분업화와 기계를 이길 수는 없어요.
아무튼...
2. 패턴을 만들어요.

예전에 봉제업계에 있었을 때 모자나 옷의 패턴은 좀 복잡했어요.
근데 집에서 만드는 것이니 최대한 간편하게 만들어요.
일단 몸통만 패턴을 떠서 붙이기로 했어요. 부족한 것은 그때그때 추가해요.
두꺼운 도화지를 사서 자로 그려서 대충 패턴을 잡아요.
3. 가죽을 잘라요.

패턴에 맞게 가죽을 잘라요.
클러치 몸통을 만드는 것이라 두개를 잘랐어요.
4. 안감을 붙여요.






그냥 써도 되지만 클러치 안쪽도 깔끔해야하니 안감을 붙여요.
한쪽면이 접착면으로 마감이 되어있어서 편하게 붙일 수 있어요.
대충 사이즈를 재고 잘라서 붙이면 되요.
5. 만드는데 오래걸리니 중간중간 밥이나 먹어요.

사실 클러치를 만드는데 거의 일주일이 걸렸어요.
회사도 가야하고, 술도 마셔야하고, 친구들도 만나야해요.
하루의 목표를 정하고 무슨 일이 있든 목표는 마무리를 짓고 잔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해요.
그래서 클러치를 만드는 도중 먹은 뼈칼국수에요.
평이담백뼈칼국수 성수점
서울특별시 성동구 상원10길 10 1층
강추입니다.
근데 프랜차이즈에요.
6. 내 브랜드를 새겨요.


내가 새기고 싶은 글자로 각인해요.
저는 생일로 했어요.
언젠간 먼 훗날에 브랜드로 낼껀데 이번엔 각인하다가 망한 것 같아요.
역시 방심은 금물이에요.
7. 실패를 덮어줄 방법을 찾아내요.







고민 끝에 카드 주머니를 만들어요.
이왕 하는거 안쪽에도 주머니를 만들어서 교통카드를 넣기로 해요.
레더노리에서 5만원이상 사면 주는 패턴을 땄어요.
잘 잘라서 사포질로 다듬은 후 안감을 붙이고 후노리로 정리를 해요.
그리고 기리메로 마감을 해요.
대보니 괜찮은 것 같아요.
8. 크리져로 구멍낼 부분을 표시해요.

크리져는 학창시절 콤파스같은 느낌이에요.
대충 바느질할 부분을 정하고 슥슥 그어주면 되요.
9. 펀칭을 해줘요.


치즐로 구멍을 뚫어줘요.
펀칭을 할 때 망치로 치는 것이라 시끄러우니 주의해야해요.
아랫집이나 이웃집에서 쫒아올 수 있어요.
소리가 잘 울리는 밤에는 안하는게 좋아요.
저도 하루 연차를 내고 만들었어요.
실패한 로고는 그냥 쓰기로 했어요.
그때의 실패를 경험삼아 다음부터는 주의하기로 했어요.
10. 본체랑 합쳐줘요.





바느질을 해요.
보통 내가 하고싶은 곳의 길이의 3배정도의 실로 바느질을 해요.
바느질을 할 때는 양면으로 다 하는데 일관성있게 해야해요.
오른쪽에서 부터 시작했으면 계속 오른쪽 넣고 왼쪽 넣고, 왼쪽에서 시작했으면 왼쪽넣고 오른쪽 넣고.
그래야 바느질이 이쁘게 되요.
포니를 이용하면 편해요.
11. 지퍼를 달아요.











지퍼의 사이즈를 재요.
그리고 스토퍼등을 준비해서 달아줘요.
뺀찌로 지퍼는 작업이 가능해요.
스토퍼를 달때는 망치질을 해야해서 밑에 받침대가 필요한데 때마침 집에 메달이 있어서 그걸로 받침대를 썼어요.
이쁘게 잘 달아줘요.
12. 감자핫도그

오래걸려요.
여기까지 거의 4일차에요.
4일차 저녁은 감자핫도그였어요.
평일이라 얼마 못한 것도 있어요.
13. 바느질을 해줘요.







이제 인내의 시간이에요.
한땀한땀 바느질을 해줘요.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딜까 하다보면 어느새 바느질이 완성이 되요.
바느질도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요. 접착면은 끈적여서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거든요.
잘 안들어가면 뺀찌를 사용해요.
힘이 받쳐줘서 조금 수월하긴 해요.
아까도 말했듯 일관성있게 오른쪽 왼쪽 또는 왼쪽 오른쪽으로 한 방향이 먼저 들어가야 이쁘게 나와요.
대충 두시간 걸렸어요.
14. 이제 몸통을 조립해요.




바느질의 시간이에요.
태초에 우주에 빅뱅이 있었어요. 그리고 공룡이 나타났다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고, 대한민국이 건국되서 시간이 흘러흘러 여기서 제가 바느질을 하고 있어요. 듀스-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런 느낌으로 바느질을 해줘야 견딜 수 있어요.
4시간쯤 한 것 같아요.
접착이 된 부분은 바느질이 잘 안들어가서 뺀찌로 했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뜬 부분이나 몸통 사이사이는 본드칠을 해줘요. 돼지본드면 충분해요.
15. 마감을 해줘요.

사포질 후 후노리랑 기리메로 마감을 해줘요.
기리메는 이쑤시개로 레이업슛을 하듯 살포시 얹는다는 느낌으로 하면 잘 되요.
근데 그런 느낌은 어려워서 저도 마감을 잘 못했어요.
역시 경험이 중요해요.
사포질을 해주고 또 기리메를 하고, 이렇게 몇번 반복하면 이뻐진다고 들었어요.
16. 뭔가 부족하니 손잡이를 만들어요.








그래도 명색이 일수가방인데 분실방지를 위해 손잡이가 필요할 것 같아요.
대충 손목이랑 해서 길이를 재고 패턴을 짜요.
됐다 싶으면 가죽을 자르고 후노리랑 기리메를 해요.
아일렛이 있으면 좋지만 없으니 솔트레지로 마무리를 해요.
꿩대신 닭이에요.
17. 완성이에요.


18. 잘 들고 댕겨요.

이곳저곳 나드리할 때 들고 댕겨요.
기획 및 재료준비는 올해 8월부터 하고 실행은 12월에 했어요.
생각했던대로 완벽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80%정도는 계획했던대로 된 것 같아요.
근데 만드는데 일주일 걸렸어요.
그중 90%는 바느질이랑 재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쓴 것 같아요.
심신단련이나 취미로 할 것이 아니면 그냥 사서 쓰는게 건강에 좋을 것 같아요.
가죽을 자르거나 바느질하면서 쭈그리게 되서 자세도 안 좋고 바느질을 하면서 정신건강도 나빠지는 느낌이에요.
저는 취미로 할꺼니 괜찮아요.
그래도 돈이 많으면 그냥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살 것 같애요.
돈이 최고에요.
자본주의 만세!!!!
여러분도 심심하면 만들어보세요.

